처음에 환경과 관련된 주제의 원고를 편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기뻤습니다. 원래 관심이 많은 분야였고,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미 적지 않은 수의 유사 도서가 시중에 많이 출간된 상황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제로라는 단어에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해왔죠. 그런 면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구호를 외치는 이 책이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로드맵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제로 웨이스트

한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러나 여기서 지구 반대편, 한국 편집자의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가 미국에 살고 있다 보니, 책의 많은 내용들이 미국 상황에 기반하여 작성되었거든요. 환경 정책이나 관련 시장 상황이 국내와는 많이 달라서, 어떻게 하면 이 단물 같은 팁들을 한국 독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일일이 자료 조사해서 각주를 작성하고, 또 검색해서 각주 달고, 또 찾아서 각주로 붙이고...더 보기

앞서간 환경 감수성,

본보기로 삼기 위해 *주석을 달다

'이렇게 다른데 국내 저자가 쓴 책이 아닌 외국 저자의 책이 필요할까?’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으실 것 같아요.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저는 이 책을 편집하면서 관련 자료와 뉴스를 더욱 많이 볼 기회를 가졌고, 생각보다 우리나라가 쓰레기 문제에 있어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분리수거를 이렇게 잘하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소리칠 수도 있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은 최근 몇 년간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이 순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었으며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생각보다 처참했습니다. 쓰레기를 덜 발생시키거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애초에 쓰레기를 만들지 않거나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민과 기업, 정부의 노력이 다함께 수반되어야 하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이죠. 환경 감수성에 있어 앞서나가는 타 국가의 사례를 통해 본보기로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내용을 삭제하기 보다는 '주석'을 달기로 결정했어요. 환경문제는 ‘나 하나’가 아닌 지구공동체 전부가 관심 가져야 할 주제니까요.

편집자의 영역은 어디까지?

본문에서는 레이아웃과 디자인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썼습니다. 물론 디자인은 디자이너님의 공이 가장 크지만 (J 디자이너님 짱짱) 책의 구성이나 체제(제목, 소제목 하위 요소 등)를 잡는 것은 전부 편집자가 먼저 해야 할 일이거든요. 원서는 그야말로 하얀 것은 종이요, 까만 것은 글씨로다...와 같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잘 살릴지 열심히 고민했습니다.

예를 들어, 『1일 1쓰레기 1제로』의 차례 페이지에는 제로 웨이스트 아이디어가 1부터 101까지 전부 들어가 있는데요, 이건 원서에는 없는 부분이었답니다. 총 10장의 큰 제목만 소개되어 있었죠. 국내 번역판에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페이지 수를 모두 표기하는 방향으로 편집했어요. 또 이 책의 하이라이트, <제로 웨이스트 101 챌린지> 또한 독자들의 직접적인 실천을 돕기 위해 특별히 구성한 부록이랍니다👀

또 색상이 화려할수록, 박스나 점, 밑줄 같은 요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집자가 확인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서 나중에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뚫고 들어갈 기세로(...) 스크롤을 쫙쫙 내리며 검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코팅할까 VS 말까

『1일 1쓰레기 1제로』의 표지는 기존 책들과 달리 까끌까끌한(?) 질감이 돋보입니다. 코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표지에 코팅하는 이유는 소중한 책에 상처가 나고 잉크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에요. (게다가 책에 코팅을 하지 않으면 반품률이 높아진다는 업계 비밀...)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책이니만큼 책의 공정에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 뒤 날개를 보시면 “이 책은 환경보호를 위해 FSC 인증 종이(표지)와 재생지(본문),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작했고, 자원 순환을 위해 표지에 따로 비닐 코팅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으실 거예요. 사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문장이 너무 길어져서 넣지 못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책에 상처가 나더라도 너른 마음으로 아껴주시길 바랍니다🙏

님께 부탁드려요

『1일 1쓰레기 1제로』는 많고 많은 환경 책 중에서도 ‘실천’에 초점을 맞춘 책이에요. 굉장히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제로 웨이스트 방법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이제는 거의 눈 감고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을 저자이니만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 생각보다 자세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으실 텐데요, “이렇게까지 한다고?”가 아닌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라는 관점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저자 또한 사실은 환경 분야 전문가가 아닌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캐서린은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제로 웨이스트에 ‘완벽’이란 개념은 없으며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크든 작든 변화를 시도하는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인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