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권말에 앤이 사는 에이번리 상상도를 넣기로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적합한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직접 그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자료 준비도 힘들었지만, 요소가 많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보니 작가 섭외도 어려웠습니다. 간신히 한 분에게 의뢰했는데, 작업 마치는 동안 편집자가 얼마나 구박을 당했는지 모릅니다. 집에서요. 그린 분이 편집자의 아내였거든요.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떠넘겼다고 어찌나 타박하시던지(다시는 당신과 작업 안 할… 아, 아닙니다).
편집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친숙한 이야기지만, 사실 원문은 우리말로 옮기기에 꽤나 까다로운 텍스트입니다. 원서를 읽어본 독자들은 제1권 1장부터 벽에 부딪힌 느낌을 받았을 거예요. 작업 내내 ‘몽고메리의 감성적인 문장과 아름다운 풍경 묘사를 우리말로 맛깔나게 풀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특히 정감 있는 토박이말을 적절히 사용해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우리말 특유의 감동과 여운을 더했습니다.
몽고메리의 작품에는 성경 구절과 문학작품에서 인용한 구절이 자주 등장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한 시구절이 장 제목인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원문에 함축된 창작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인용문의 출처를 일일이 찾아 각주를 달았습니다.
문학작품은 시대의 산물이기에, 당시의 사회적·문화적·역사적·지리적 배경과 작가의 삶을 알면 훨씬 깊게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전집의 각 권마다 다양한 주제의 배경지식을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어서 수록했으며 희귀본을 비롯한 사진 자료를 수록했습니다.
대부분은 앤의 어린 시절 이야기만 알고 있습니다. 앤의 10대부터 50대까지 일생을 담았다는 말에 깜짝 놀라신 분들도 많았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말괄량이 소녀 시절을 제외하고 어느 나이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