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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으로서의 삶

카뮈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이방인'의 삶이었어요. 알제리의 프랑스인이었던 카뮈는 알제리에서나 프랑스에서나 뿌리를 내릴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가난해서 이방인, 집에서는 지식인이어서 이방인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지중해의 태양은 유일하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특히 알제리의 바다와 태양, 자연의 세계에서 그는 드문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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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존재가 팽팽히 긴장했고, 나는 권총을 꽉 쥐었다. 방아쇠가 놀았고, 총자루의 미끈한 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메마른 동시에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을, 내가 그토록 행복해했던 바닷가의 기이한 침묵을 깨뜨렸음을 알았다."

- 『이방인』, p.93

알제리의 태양은 『이방인』의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죠. 

끝은 사랑이라니,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방인』이 보여주는 부조리.  그런 세상 속 인간의 유일한 희망을 '반항'에서 찾은 『시시포스 신화』, 『페스트』. 기나긴 세월을 거쳐 찾아낸 그의 마지막 대답, 사랑. 부조리를 얘기하던 작가가 마지막에는 사랑이라니, 놀랍지 않나요?  '사랑'에 대해 써 내려간 카뮈의 마지막 작품 『최초의 인간』은 아쉽게도 돌연한 죽음과 함께 침묵 속에 묻히고 맙니다.

'최초의 인간'은 어머니를 은유합니다. 그 유명한 『이방인』의 첫문장도 '어머니'로부터 시작되죠. 어머니의 죽음에도 슬퍼하는 기색이 없던 『이방인』의 뫼르소.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도 '사랑'을 찾아내는『최초의 인간』의 코르므리. 카뮈의 시작과 끝을 잇는 어머니라는 존재. 과연 그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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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그 기이한 무관심의 깊이를 헤아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세계의 광대한 고독밖에 없다."

- 알베르 카뮈

카뮈의 유년기를 지배한 언어는 '침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카뮈가 태어난 해로부터 1년 후,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사망한 아버지. 그 후에 가정부로 일하며 뤼시엥과 알베르를 홀로 키운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귀가 어두웠고 글을 읽을 줄 몰랐습니다. 때문에 훗날 유명 작가가 된 아들의 글을 단 한 줄도 읽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카뮈는 22살의 나이로 『안과 겉』이라는 산문집을 발표합니다. 그의 첫 작품이죠.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카뮈에게 사람들은 『안과 겉』의 재판을 요청했지만, 그는 '서투름maladresse' 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그는『안과 겉』의 서문에 이런 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한 어머니의 저 탄복할 만한 침묵, 그리고 그 침묵에 어울릴 수 있는 정의, 혹은 사랑을 찾으려는 한 사나이의 노력." 그리고 그는 나중에서야 이렇게 고백했죠. "서투르게 써 내려갔기 때문에 적나라하고 진실된 사랑"이 들어 있었다고.

이렇듯 카뮈의 작품 전반에는 카뮈와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어머니와 그는 언제나 침묵 속에서 서로를 사랑할 것이다. 그렇게 평생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한 채 홀연히 어머니가 혹은 어쩌면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페스트』에서도 등장합니다.

카뮈의 문학은 이렇듯, 어머니의 침묵 속 '사랑'을 발견하고자 했던 노력. 수수께끼와 같던 그 '기이한 무관심'에 대한 사투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한 사나이의 여정으로 그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베르 카뮈 특집은 출간 예정인 현대지성 『이방인』의 해제를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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