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오늘은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7문 7답 저자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언어학자 김동섭 교수님이 전하는 어원의 세계와 출간 과정을 담아왔답니다.  오늘 마감하는 서평단 모집 소식도 다시금 들고 왔으니 놓치지 마세요:)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실시한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서 인문교양 분야 도서로 선정된 책입니다. 최근 영어 어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어원에 관한 도서는 대부분 해외 번역서로 영미권 독자들에게만 익숙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김동섭 교수님께서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고려해 국내 최초로 한국인 맞춤 어원 교양서를 만들고자 하셨죠. 그렇게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국내에서 손꼽히는 어원 전문 언어학자 김동섭 교수님을 만나뵈었습니다.

Q.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한 가지 단어에 얽힌 어원 이야기를 소개한다는 콘셉트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집필하시게 된 동기가 있으실까요?

이 책의 집필 동기는 두 가지 정도 있습니다. 먼저 어원에 관심이 많은 언어학자로서 저는 국내에서 출간된 어원 관련 책들이 대부분 해외 번역서라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삶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프랑스 격언처럼 언어는 한 민족이 살아왔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지요. 그러므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영미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단어와,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한국인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단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을 위한 맞춤형 영어 어원 교양서를 쓰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동기는 평소에 머릿속에 있었던 영어 단어나 표현이 가진 사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언어는 한 민족의 모든 것이 담긴 저장소이기 때문에 어원의 뿌리를 따라간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Q. 책 속에 담긴 방대하고도 다채로운 지식에 놀랐습니다. 이 책의 집필 과정, 특히 자료 수집 과정이 궁금합니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영어 단어나 표현의 유래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각 단어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처럼 특별한 순서가 없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면 ‘아침 식사’가 주제어가 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 ‘가십’이 주제어가 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언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 자취를 남기는데, 본래의 모습을 추적하는 과정이 이 책의 집필 여정이었지요. 일단 주제어가 확정되면 그다음부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물론 관련 서적들인 어원사전, 백과사전, 역사서, 신화, 문학 작품 등이 자료의 제공처입니다. 특히 제가 대학이나 K-MOOC(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서 강의하는 수업과 제가 쓴 저작이 자료 수집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일단 주제어가 정해지면 영국이나 미국에서 출간된 서적들을 참고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친숙한 영어 단어나 표현이 영어 원서에는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는 영어 어원사전과 라틴어 사전 등을 참고했습니다. 요즘에는 저명한 사전들이 대부분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어 자료를 수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Q. 교수님께서 어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 전공이 프랑스 언어학입니다. 그중에서 중세 프랑스어에 많은 관심을 갖고 논문이나 책을 썼습니다. 특히 1066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공작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한 역사적 사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영어는 고유어를 대부분 상실하고 프랑스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죠. 이 책에서 ‘영어’의 어원을 설명할 때 많은 영어 단어들이 프랑스어가 그 뿌리이고, 일부는 라틴어에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라틴어는 프랑스어의 부모입니다. 따라서 저처럼 라틴어를 아는 프랑스어 전공자에게 영어 어원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운 주제였습니다. 특히 서양 중세사에 흥미를 느끼므로 유럽 역사의 주역인 영국과 프랑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실제로 영어의 어원은 프랑스어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원에 관심을 가졌던 다른 이유는 언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언어 사용 집단의 과거를 고스란히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단어나 표현을 통해 영국인의 역사, 성경 이야기, 그리스신화, 현대 문명, 의식주 등 영국인이 살아온 전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Q. 책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어 단어나 영어 표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질투심이 심한’이라는 뜻을 가진 green-eyed를 소개합니다. 이 표현은 언어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비극 『오셀로』에서 사용한 표현입니다. 뿌리는 멀리 고대 그리스까지 올라가지만 제가 이 표현을 제일 먼저 꼽은 것은 영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어는 1066년 프랑스 계통의 노르만 정복 이래 수백 년 동안 문학어(文學語)로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백년전쟁이 끝나고 영국과 프랑스 양국이 서로의 정체성을 인식하면서부터 영국에서도 영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죠. 이런 점에서 셰익스피어는 영어의 부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괴물’을 뜻하는 monster를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이 말은 라틴어 동사 중에서 ‘경고하다’ ‘충고하다’라는 monere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나 방송을 감시하다’라는 뜻의 영단어 '모니터링' 또한 라틴어 monere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monster는 ‘경고를 하는 자’라는 뜻인데, 그 주체가 괴물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지금처럼 섬뜩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참 의미심장한 단어지요!

Q. 언어에 관심이 있거나 언어를 공부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언어 공부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미국 국무부가 이런 조사를 한 적이 있어요. 미국 외교관이 현지 언어를 배울 때 난이도에 따라서 언어를 구분한 겁니다. 한국어는 평균 1년 6개월 공부해야 한다는 조사가 나왔지요. 미국인에게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인 ‘super hard language’로 분류됩니다. 반면, 네덜란드어나 프랑스어는 24~30주 정도만 공부하면 마스터할 수 있는 언어로 분류됩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한국인에게 영어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도 가시적인 효과를 얻기 어려운 거죠. 그렇다고 외국어 공부의 어려움을 언어 차이로만 돌려서는 안 되겠죠.

언어 공부에는 일단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단어와 표현을 익히고 연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언어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청취력인데, 혹자는 무조건 해당 외국어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자신이 정확하게 발음을 연습하지 않은 단어들은 잘 들리지 않습니다. listening을 아무리 많이 해도 정확한 reading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그 단어가 들리지 않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원어민 발음을 아주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니, 정확한 발음과 뜻을 익히는 것이 외국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어원과 관련된 많은 책을 집필하셨는데, 앞으로 독자들을 위해 어떤 책을 준비하고 계신지, 그리고 어떤 책을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다음으로 준비 중인 책은 ‘유럽의 도시’와 관련된 책입니다. 언어 중에서 가장 뿌리가 오래되고 형태가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지명(地名)이죠. 그런 이유로 지명은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처럼 다양한 민족이 만든 도시에는 유럽의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숨어 있습니다. 이전 책에서 미국을 만든 50개 주의 이름을 통해 미국의 역사를 소개했듯이, 이번에는 유럽의 도시들을 통해 유럽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펼칠 예정입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책도 역시 제 전공인 언어를 통해 인류의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내용을 담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신화’를 언어라는 돋보기를 통해 풀어가는 책도 구상 중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하루에 하나씩 365개의 단어 속에 숨은 어원에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모두 보여줍니다. 특히 역사, 문화, 신화, 과학, 음식 등 15개의 하위 분야로 분류해 매일 독자들에게 영어 단어와 표현에 숨은 재미있는 스토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365개의 단어와 표현을 통해 독자들에게 영어 사용자들의 역사와 문화를 비롯한 모든 삶의 모습을 시공간을 넘나들며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전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어 단어의 진짜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고, 영어라는 언어가 다른 언어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었지요. 프랑스어와 라틴어가 바로 그런 언어입니다. 이른바 국제공용어인 영어는 지금도 많은 외국어를 흡수하면서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 10월 출간 예정 도서｜『하루 한 줄 마음챙김 일기 Q&A 365 DIARY』, 『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 9월 출간 도서｜『오늘의 죽음 Q&A』, 『인생 처음 철학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