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이 된 인어 공주
인어 공주는 허리를 굽혀 왕자의 아름다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장밋빛으로 점차 밝아 오는 하늘과 날카로운 칼을
번갈아 보았다. 왕자가 꿈속에서 신부의 이름을 불렀다. 왕자는 잠결에도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을 쥔 인어 공주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인어 공주는
칼을 멀리 바다 속으로 던져 버렸다. 칼이 떨어진 곳이 붉게 물들었으며 물방울이
마치 핏방울처럼 붉게 튀어 올랐다. 인어 공주는 반쯤 의식을 잃은 슬픈 눈으로 다
시 한 번 왕자를 보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 몸이 물거품으로 용해되는 기분이었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올랐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햇살이 한때는 인어 공주였던 차가운 물거품을 비추었다. 인어 공주는 죽음을 느끼지 못했다. 밝은 해가 비치고
주위에는 수백 개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형상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그 형상들을
통해서 배에 걸린 흰 돛과 하늘에 떠 있는 붉은 구름이 보였다. 형상들의 목소리는 매우 음악적이었는데 천상의 소리처럼 너무 희미하고 아름다워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인어 공주는 자신의 몸이 그 형상들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어 공주의 몸이 바다에서 점점 높이 솟아올랐다.
“여기가 어디예요?” 인어 공주가 물었다. 인어 공주의 목소리는 다른 형상들의 목소리와 같이 천상의 소리처럼 감미롭고 아름다웠다. 땅 위의 음악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 소리를 흉내 낼 수는 없었다.
형상 중의 하나가 대답했다.